TXT/Dream(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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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뱀
침대 옆 벽쪽 모서리 바닥에서 차가운 붉은 색에 큼직한 검은 점박이 무늬가 시원한 손가락 두마디 정도 둘레의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이 뱀이 이곳에 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 오늘이 처음이 아닌 것을 어렴풋이 생각해 낸다. 어제도 봤고, 그제도 봤나? 계속 거기 있었는데, 다른 일들과 마찮가지로 잠깐 잊고 있었나보다. 무심코 지나치면 안되는 것이었는데, 잠시 반성하면서 둥글게 말려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뱀이 고개를 치켜든다. 살아있었어? 뱀 옆에서 몇날 몇일을 잤단말이야? 내심 경악하며 이를 어쩌면 좋을까 당혹하는데 침대 아래에서 똑 닮은 붉은 뱀이 스스스슥하고 기어나온다. 뭐야, 붉은 뱀 일가라도 정착한 건가. 안쪽에서 꿈틀거리는 모양새가 한 두마리가 아닌 듯. 와, 침대 밑이 ..
2013.12.04 -
욕조의 하수구 구멍
*욕조의 하수구 구멍 새하앟고 깨끗하고 마른-화장실에 들어와 욕조에 물을 틀었다.물은 빠지지 않고 욕조의 반을 채운다.욕조의 하수구 구멍에 뚜껑이 닿혀있나? 싶어 줄을 당겨보니 수도꼭지 부근에서 뚜껑이 달랑거린다.이런! 하수구가 막혔군...!?시선을 하수구에서 반대편 사선으로 날리며 손가락을 하수구 구멍에 집어넣자니 느껴지는 것은 물에 젖은 머리카락의 무거운 촉감.힘을 주어 뽑자 새카맣고 긴-내 팔뚝보다 긴 머리카락이 물에 축축 젖어 무겁게 뽑혀 나온다.좁은 하수구에서 사람 머리채만큼 계속... 왜 이런 끔찍한 느낌을 가진 꿈을 꾸는지 궁금해하며...기억하고 있으니 기록..화장실이란 공간에 대한 꿈은 꽤 자주 꾸는 것 같다.화장실에 어떤 상징적 의미라도 있는 건가? *지하철에서 누구 애인지 모를 영아를 ..
2013.03.01 -
허벅지..
허벅지에 살이 너무쪄서 스타킹의 올이 허벅지부터 발끝까지 전부 풀리는 꿈을 꿨다.....ㅋㅋㅋㅋ...ㅜㅜ...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한달 전에 골반에서도 고정이 안된다고 생각했던 바지가 스키니같아...........ㅋ.....몸무게론 3키로 차이인데 부피는(...) (...) (...) 근육 2~3키로 빠지고 지방 5~6키로 찐거 아닐까 의심중.....ㄱ-.......ㅋ......결국 운동부족이 기분나쁘고 찌뿌둥하고 단 것 땡기고, 식욕 조절 못하고, 살찌고 피부망가지고 무기력한 원인인 듯......ㅠㅠ ......해서 어차피 일찍 와도 멍하니 누워있을 거 헬스장에 있다가 오기로 했으나... 막상 그러기엔 이러저런 일이 있네...ㅠㅠ............ 어서 정신차리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2013.02.14 -
[꿈] 불길
동생 친구들이 집에 놀러옴. 처음엔 남자애들만 대여섯. 나가면서 내 게임을 빌려가려함. 콘솔 게임 몇개를 카피해달라고 함. 나는 어떻게 카피할거냐며 그냥 빌려가라고함. 동생은 빌려가려고함. 동생친구중 한명이 빌려가지 말자고, 이렇게 빌려가면 불미스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함. 참 기특한 친구라고 생각함. 난 옷을 매우 후줄하게 입고 있다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상의는 벗고있음. 벽이 유리인데 윗쪽만 불투명인 벽의 위쪽 반만 가려진 방에서 옷을 입으려함. 입으려고 보니 후줄한 흰색 줄무늬 옷을 입고 있음. 빨간 구멍난 줄무늬 옷으로 갈아입으려 두꺼운 오리털잠바를 벗고 유리 아랫쪽으로 바깥을 보는데 동생 친구들 중 한명이 의자에 앉아서 방안을 노려보고 있음. 그래도 옷을 갈아입을 생각임. 하지만 갈아입진 않..
2012.05.14 -
아침햇살
어둠 끝에서 빛이 비치는 창문이 보였다. 익숙한 실루엣...그것은 내 방 창문이었다. 거실에서는 소란스러운 소음이 났다. 미용이 어쩌구 저쩌구...벌써 오셨나? 아직 외출중일 시간일텐데... 나는 일어나 작업방으로 향했다. 오늘도 해야할 일이 쌓여있을 터였다. 그러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인 것은 목이 부서진 선풍기와 조금 젓은 대나무 카페트 2장. 분명 거실 바닥에 깔아놓고 말리고 있을 터였다. 물론 내가 한 장은 내방에서 말리는게 어떻냐고 제안하긴 했지만.... 엄마가 옮기고 외출하셨나? 그런데 난감하게도 선풍기가 산산조각이 났군. 음... 가만보니 그 선풍기는 내 선풍기가 아니었다. 15년째 써오던 검은 선풍기. 뭐 오래되긴 했지만. 최근에 선풍기 2대를 추가 주문했던 터라 하필 지금 부서진다..
2009.07.09 -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또다시 가스레인지에서 불이 활활타오르고 있었다. 뭔가의 재가 가득보이고 부글부글끓기도 하고 가스레인지 자체도 흐물흐물해져서 나는 대체 불끄는 레버가 어디있는지조차 제대로 가늠할수 없었다. 반쯤 녹아내린 레버 뒷쪽에는 불길이 보였고, 나는 도저히 그걸 손으로 잡아 돌릴 자신이 없었다. 주저하는 사이 가스를 차단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가스레버를 돌리자 믿을수 없을만큼 곧 불이 잠잠해지더니 검은 재만 남았다. 새로운 강의실에서 나는 내 물건들을 옮겨놓고 있었다. 사람들은 거의 없고 나 혼자만 먼저 온 것 같았다. 나는 내 책장들과 화구들을 정리정돈해서 옮겨놓는데,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다. 새로받은 책들은 길죽한 책상위에 차례로 올려놓았고, 화구들은 언제든 손뻗으면 닿을 위치에 공들여 배치했다. 정..
2009.05.27 -
그녀
화실에 다니고 있었다. 그 학원의 여선생은 이상했다. 그녀는 곧잘 이유없이 나를 공격했다. 두려웠다. 어느날 이날 역시 그녀는 내게 덤벼들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뭔가 무기가 될 만한 것, 모프를 들고 그녀가 내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휘둘렀다.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녀가 너무 집요한 탓에 결국 그녀의 눈을 노렸다. 그녀는 페인팅 나이프로 내 발을 노렸다. 핸드폰이, 핸드폰이 어느새 떨어져있었다. 그녀쪽에. 내쪽에, 그녀의 상체와 내 발 사이에. 핸드폰만 주울 수 있다면 난 언제든지 도망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끈질겼다. 한 참을 싸웠다. 내가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화실의 남자선생이 그녀를 조금 말려줬기 때문이었다. 내 손..
2006.09.25 -
붉은 알
게워내는, 세면대 한가득이 반투명한 붉은 알(생선알?)을 게워내는 꿈을 꿨다. 뭐지? 이 진실됨은. 그렇다. 뭔가 내장에 해당되는 것이 쏟아져 흘러내려버린 것이다. 분명히 문을 잠궈뒀었는데...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가 말했다. "역시 넌 안돼"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괜찮다,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오로지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2006.09.19 -
ㄱㄱ 부자는 한번에 ㅇㅋ
웬 두터운 책을 펼쳤다. 첫페이지는 인물소개- 어차피 인물소개부터 읽어봐야 머리에 들어올리도 없으니 슥 지나치고 바로 제목을 읽는다. 'ㄱㄱ 부자는 한번에 ㅇㅋ' 환타지소설인가? 이젠 통신체 소설이 교과서에 실리는군. 많이 발전했다.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한번에 ㅇㅋ에 밑줄 좍." 아아, 수업중이었던가. "뜻은 그만큼 선택은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 그만큼? 한번에 할만큼? 에? 뭔가 틀리잖아 그거. 이 문장 빈부의 격차에 따라 인생은 스타트부터 달라진다는 뜻아닌가?? 띠디딩띵띵 팅팅팅띵 갑자기 시끄러운 벨이 울리고,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익숙한 차인벨이고, 국어수업의 재현이다. 어릴 때부터 뭐든지 머리로 먼저 '이해'하지 못하면 가슴으로도 '느낄' 수 없었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2006.09.13 -
서바이벌
도망치고 있었다. 문을 계속 잠그며. 도망치고 있었다. 바싹 뒤에서 문을 부수며 쫒아오는 존재를 알았다. 그래도 문을 잠그지 않으면- 안됐다. 문을 잠그지 않으면, 곧 바로 잡혀버린다. 대체 그토록 뭘 그리 잘못했던가. 그렇다.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한 형태가 되었다. 단지 민망하고 부끄럽고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서 시선을 피해버린 것이 오만하고 매몰차게 자존심 상하도록 무시해버린 결과가 되고 말았다. 고의는 아니었는데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오물-이라기보단 그저 똥물을 먹혀지고 난자당할 위기를 일시적으로라도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다행이 아무도 쫒아오는 기척이 없다. 나무 그림자에 숨어서 한 숨 놓았다. 공원의, 쨍한 햇빛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갑자기 바로 건너 길을 지나가던 갓난..
2006.09.09 -
쫒기다
도망치고 있었다. 문을 계속 잠그며. 도망치고 있었다. 바싹 뒤에서 문을 부수며 쫒아오는 존재를 알았다. 그래도 문을 잠그지 않으면- 안됐다. 문을 잠그지 않으면, 곧 바로 잡혀버린다. 대체 그토록 뭘 그리 잘못했던가. 그렇다.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한 형태가 되었다. 단지 민망하고 부끄럽고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서 시선을 피해버린 것이 오만하고 매몰차게 자존심 상하도록 무시해버린 결과가 되고 말았다. 고의는 아니었는데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오물-이라기보단 그저 똥물을 먹혀지고 난자당할 위기를 일시적으로라도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다행이 아무도 쫒아오는 기척이 없다. 나무 그림자에 숨어서 한 숨 놓았다. 공원의, 쨍한 햇빛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갑자기 바로 건너 길을 지나가던 갓난..
2006.06.27 -
휴지
화장실이 급하던 나는 한 노점상 할머니에게 휴지를 빌려달라고 하며 옆에 올라온 두루마기 휴지를 조금 뜯는데 양끝이 남고 안쪽으로 파인바람에 잘 뜯어지지 않는다. 할머니는 그건 요새 공동묘지에서 사용하는 휴지라고 말하며, 어떤 큰 종이봉투를 건내주었다. 이 안에 휴지가 있을거야.... 그러나 종이 봉투엔 웬 즙이 있는 과실의 단면-파인애플 같은 것들이 빼곡히 들어있었을 뿐이었다. 급한 마음에 열심히 뒤적여 보지만 아무리 봐도 휴지가 있을 공간은 없길래. 초조해 하며 뒤적이다가 보니 (봉투안이 아닌) 노점상 상품사이에 웬 휴지같은 것이... 아. 휴지 여깄었어요. 이거죠???? 하고 조금 받았는데, 다소 긴 동물털(고양이)을 파피루스처럼 눌러붙인 털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고 묵직한 도저히 쓸 수 없을만한 것이..
2006.06.03 -
이런
또 다시 계단에서 구르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란 인간은 내게 너무 솔직해서, 괜찮아. 이런 일 별 것아니야. 잘 할 수 있어. 아무리 되뇌이고 있어도 이미 몸이 그게 아니다. 노동량과 걸맞지 않게 쌓이는 피로와 쏟아지는 수면욕, 소화불량, 피부 트러블...거기에 꿈에서까지 구르기 시작하면, 외면하는 것이 우스워진다. 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버럭! 소리지르고 싶고. 그래. 문제를 못본척 괜찮다고 되뇌이는 것이야말로 문제인 것이겠지. 보고 싶지 않다고 원하는 것은 이미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아닌가. 알고 있잖아 알고 있잖아 알고 있잖아 알고 있잖아. 그래 난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아플 일도 없잖아. 아파서 될 일도 아니고, 모르는 척 오리 발 내밀지 말라구. 자기연민따윈 정말 역겨워. 그래도 죽고..
2005.06.28 -
가위
아마도 사춘기 이래로. 가끔. 누운상태로 질질 끌려가는 환각을 본다. 주로 머릿쪽으로 일직선. 가끔 발쪽으로 끌려가서 이불이 입을 가려 숨쉬기 불편할거야.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딱 한번 몸이 부유한다고 느낀적도 있었지. 바닥에 피부가 스치는 감각이 매우 리얼한데 누군가에게 어딘가를 잡혀있다는 느낌은 없다. 어딜잡고 끌고 있는거야?란 생각이 들 정도. 가장 이상한 점은 끌려간 다음순간 내가 원래 위치에 있다는 것을 몇번이고 재인식한다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내 침대다. (당연하지만) 마치 몸에서 영혼만 약간 빠져나갔다가 순식간에 돌아와있는 느낌. '봐, 또 제위치군'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시 머리쪽으로 질질 끌려간다. 그쪽은 원래라면 벽일텐데 약 30cm정도 끌려간다. 그리고 다음..
2005.01.19 -
오늘 아침...
문득 화장실에서 줄을 서 있었다. 전체적으로 흰 화장실로, 바닥마저 흰 타일이 박혀 있었다. 조명은 형광등의 광으로 천체적으로 창백하면서도 시원시원한 톤. 화장실은 좌우로 약 4개씩 8개 가량 있었고, 그 중에 물론 좌변기는 없을 터였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네 사람으로 줄자 나는 곧 어느 화장실로 들어가게 될 것인지가 은근히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뭐라고나 할까...사람이 나오는 순간에 잘 맞춰 적절한 타이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초조함? 한 사람은 먼저 들어가고, 다음엔 세 명이 거의 동시에 나와 내 앞의 두명과 나까지 세명은 어디로 들어갈지 잠시 우왕좌왕. 아마 셋다 '다음은 내 차례, 다음 다음은 내 차례, 다음 다음 다음은 내 차례...'란 상황이었던 것이 틀림없다. 우여곡절끝에 들어가긴 들어갔는..
2004.10.23 -
개꿈 둘
솔직의 전부가 경박은 아니지만, 십중팔구 후회하므로. 침묵이 백번 옳다. 침묵이 불가하다면 허위로 범벅할 수 밖에. 가식은 자진해 두른 것이며, 진실의 부재는 마땅히 치뤄야할 대가다. 내가 때때로 침묵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얄팍한 가짜라는 사실을 참을 수 없어지기 때문이야. 타자에게 죽는 꼴을 두 눈 뜨고 보느니... 차라리 이 두 손으로 해하고 말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엔.. 정말 그럴까?하는 생각이 든다. 설령 스스로 죽음을 소유할 수 없더라도 차마 이 두 손으로 끝을 볼 순 없을 것같다. 한 남자. 도망가려는 한 남자가 있다. 누군가는 그의 옷을 찟고, 누군가는 그의 옷과 살 사이로 지네를 집어 넣었으며, 누군가는 총으로 지네를, 옷 아래로 몸에 달라붙은 그 지네를, 쏘아 죽이는 놀이를 ..
2004.10.19 -
발가락 시리즈
이것은 기억해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꿈 시리즈 중 한가지이다. 시리즈라 함은, 나는 종종 같은 소재의 다른 버전을 꿈꾸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일련의 꿈에는 어떤 규칙성이 있다. 발가락이 갈라지는 것은 언제나 오른발이다. 주로 둘째와 넷째 발가락이 갈라지고, 종종 변색하여 온 발가락이 회색빛으로 축축하게 빛나며 알 수 없는 액체를 피부가 머금고 있기도 한다. 나는 곧, (최근에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며) 발가락이 갈라질만도 했지-라고 수긍한다. 그리곤 한눈에 확연히 7개인 발가락의 개수를 하나하나 세보며, 음 발가락이 11개군 하고 납득한다.
2004.07.01 -
꿈을 꾸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에 멍하니 앉아 세개의 주먹만한 붉은 비닐봉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곧 이 봉다리 안에 있는 것이 낙태해서 꺼낸 내 몸에서 나온 것임을 깨달았다. 세 비닐봉다리 안에는 각각 길고 마디져있고 다리가 많은 빨간 기생충같은 벌래들과 그리고 태아의 손 발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들어있었다. 태아의 모습을 좀 더 제대로 보고싶었지만 감싸고 있는 벌레에 가려 부분부분만을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벌레들은 꿈틀꿈틀 움직이고, 그 때문에 쟈글쟈글이라는 마치 게가 거품을 뿜을 때 나는 소리가 이 작은 봉다리안에서 방안 가득히 나고 있었다. 쉴세없이. 난 이 봉다리를 잘라서 어서 변기속으로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움직이는 아직은 살아있는 것인지라 조금 더 관찰해 보고싶었다..
200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