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2009. 7. 9. 12:30TXT/Dream

어둠 끝에서 빛이 비치는 창문이 보였다. 익숙한 실루엣...그것은 내 방 창문이었다.
거실에서는 소란스러운 소음이 났다. 미용이 어쩌구 저쩌구...벌써 오셨나? 아직 외출중일 시간일텐데...
나는 일어나 작업방으로 향했다. 오늘도 해야할 일이 쌓여있을 터였다.
그러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인 것은 목이 부서진 선풍기와 조금 젓은 대나무 카페트 2장.
분명 거실 바닥에 깔아놓고 말리고 있을 터였다.
물론 내가 한 장은 내방에서 말리는게 어떻냐고 제안하긴 했지만....
엄마가 옮기고 외출하셨나? 그런데 난감하게도 선풍기가 산산조각이 났군. 음...
가만보니 그 선풍기는 내 선풍기가 아니었다. 15년째 써오던 검은 선풍기.
뭐 오래되긴 했지만. 최근에 선풍기 2대를 추가 주문했던 터라 하필 지금 부서진다는 것이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다.
물건을 아껴쓰시는 부모님께서 좋아하실리도 만무하고(...)
부서진 선풍기의 조각을 조립하면서 역시 다시 쓸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위험해.
대충 치우다 말고 책상쪽으로 눈이갔다. 
그런데 이게 뭔가? 책장위에 빼곡히 있어야할 장난감(프라모델 피규어 자동차 오토바이 장난감들)이 서랍속에 아무렇게나 쳐 넣어져있었다. 부서졌을 모양새다.
더군다나 그 다음칸에는 김치에 넣는 쌀을 갈을 하얗고 끈적이는 액체 같은 정체 불명 액체가 가득차다못해 삐져나와있고,
그 다음같엔 갈다만 앙금이 가득 차 덕지덕지 붙어있었다...ㄱ-;;;;
엉망진창인 책장과 서랍을보자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실 선풍기 조각 치우는 것도 힘들었는데!(난 청소를 잘 못한다)
엄마를 불러 이런 걸 왜 하필 여기다 보관하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얀 건 미용에 좋은 액체고(머리에 바르면 머릿결이 좋아진다고 함) 모두 좋은 건데 왜 그러냐고 하셨다.
여기서 굳어서 고체화 되면 더 이상 냄새도 안나고 편할 것이니 조금만 참으라는 말씀이셨다.
나는 물론 그런건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왜 하필 여기냐고 여기는 내가 항상 앉아 작업하는 공간인데!
굳이 내 방에 놔둬야 한다면 저쪽 종이장 위나 그 옆이나 그도 아니면 빈공간 바닥을 활용해도 되지 않겠냐고.
왠지 괘씸해 하는 눈치 였다. 이대로 가면 집나가!!! 이방에서 나가!!! 하고 나올 기세다.
그래서 나는 백보 양보해서 그럼 모니터 뒤쪽공간에 쌓아올린 박스 위 어떻냐고 여쭸다.
모니터 위에 이런 무거운 물건을 놔도 되나? 싶었지만...아니? 이 모니터는?
가만 보니 모니터가 세개였다. 그리고 책상위의 물건 배열이 상당히 달랐다. 가만보니 ㄷ자로 나열되어있던 세개의 책상도 1자로 나열된 두개의 책상으로 배열이 바뀌어있었다. 왼쪽끝과 오른쪽 끝에 엡손프린터가 있고 오른쪽끝에는 동생방에 있었던 레이져 프린터가 있다. 프린터가 두개나 필요한가? 싶었지만 그렇다 어쩌면 내가 들고왔을지도 모른다. 엡손은 잉크가 자주 막히니까... 그런데 문득 무엇보다 위화감이 느깨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창문이 없고 그 위치에 제법 넓은 베란다가 있는 것... 사실 내 방밖에 베란다가 있긴하지만 유리문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창문으로 연결되어있었다?? ? 가만보니 방이 상당히 넓고 길었다. 심지어 원래 ㄷ자의 마지막 책상과 책장들이 있어야할 위치에는 색색이 형형한 소파들이 5개정도 좌로 나열되어있는 거다...
어케 된 일이지? 나는 일단 거실로 나갔다. 거실 역시 더욱 넓었다. 베이색과 짙은 갈색 위주의 인테리어는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친가친척들이 와 계셨는데 검은 옷을 입고 눈썹을 검게 그어 짙은 눈화장을 하고있었다. 부엌에 도달하기도 전에 나는 뭔가 이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이게 아니라고...
눈을 꼭감고 꿈에서 깨려고 노력했다. 어두움속에 광명이 비췄다. 내방 창문이었다.
역시 꿈이군..꿈이었어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잠깐 뒤척였다. 조금 피곤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벌떡 일어났는데 침대옆으로 고풍스런 장농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물결무늬의 세밀한 조각이 되어있는 단스. 이건 분명이 내 방이 아니었다. 다시 눈을  꼭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이번에는 빛이 모래알갱이처럼 깨지듯 빛이 들어온 창문모습이 서서히 눈을 찔렀다. 이번에야말로 내 방이다. 나는 깨어난 것이다. 역시나... 하는 생각에 나는 잠깐 뒤척였다. 조금 피곤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주섬주섬 일어났는데 침대 옆으로 고풍스런 장농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물결무늬의 세밀한 조각이 되어있는 단스...이번에는 조금 더 이 방을 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큰 집으로 이사하는 것은 길몽이라고 하지 않는가?
다시 한번 우아한 두개의 가구 옆으로 시선을 옮기니 원래 문이 있었던 왼쪽벽에는 빽빽한 책장.. 그것도 보통 책장이 아니라 유서깊은 도서관의 책장같은 정리된 빼곡한 책장이 나열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섬세한 문양의 테피스트리가 깔려있었다. 그 모든것은 양지의 갈색색조에 크림색과 어두운 갈색 그리고 체도가 낮은 세련된 녹색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정말로 각잡아 자른 것같은 직사각의 편집증적으로 정돈되어있는 방을 보면서 조금은 싸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직사각형이 기본 도형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거 인테리어 구경이라도 좀 더 해볼 생각이다. 그런데 대체 출구는? 가만 보니 침대의 머릿쪽 뒷편으로 작은 사각공간이 통로처럼 바깥쪽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폐쇠된 방처럼 보인 거였다. 방문을 열고 나가니 이번에는 더욱 넓은 실내공간이 펼쳐졌다. 이것은 이사를 왔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넓은...이미 집이 아니라 일종의 쇼핑몰이었다. 아마도 지하? 혹은 지상이어도 전혀 햇빛이 들어오도록 설계된 건물은 아닐터..되다만 가우디같은 조금은 엉성한 구성의 인테리어였다. 기본 색조는 회벽과 형광빛 연두색...
찻집이 있었다. 어쩌면 술집인지도 모르고. 별로 질이 안좋아보이는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있었는데 그중 한 남자와 그 여자는 섹스를 하고 있었다. 나는 여자쪽이 매춘중? 이라고 생각한다. 난 어젯밤에 읽었던 만화를 돌이켜보며 그 작가는 분명 정상위 기마위 배후위 중에서는 배후위가 취향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끝나고 나자 그 공간은 침묵에 휩싸였다. 잠시후  남자쪽이 지불하라고 그녀에게 요청하였다....음...읭? 뭐지??

이 싯점에서 다시 한 번 깨고 이번에야말로 내방이었다. 그렇다. 할 일이 잔뜩 남아있는 내방. 나는 아주 잠시 눈을 감고 뒤척였다. 어쩌면 눈이깨고 일어나기 직전의 뒤척이는 순간 다시 한 번 잠이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오늘 몇번이나 내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을 본 것이다?
나는 또 다시 깨어나겠다는 의지로 분연히 일어난다. 하지만 일어난 것이 아닌, 아직도 꿈인 상태를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번에야말로 깨어난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뒤척뒤척 어째서인지 엄청나게 일으켜 세우기가 힘든 몸을 어떻게 어떻게 일어난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침대 옆 배불뚝이TV. 한때 부모님께서 처분하려 하시는 것을 게임기에 연결하겠다고 내방으로 가져온... 아아 드디어 내방이다. 
거실에서는 대나무카페트를 말리려 선풍기가 부지런이 돌고있고, 내 방은 오전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