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2009. 5. 27. 12:17ㆍTXT/Dream
또다시 가스레인지에서 불이 활활타오르고 있었다.
뭔가의 재가 가득보이고 부글부글끓기도 하고 가스레인지 자체도 흐물흐물해져서 나는 대체 불끄는 레버가 어디있는지조차 제대로 가늠할수 없었다.
반쯤 녹아내린 레버 뒷쪽에는 불길이 보였고, 나는 도저히 그걸 손으로 잡아 돌릴 자신이 없었다.
주저하는 사이 가스를 차단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가스레버를 돌리자 믿을수 없을만큼 곧 불이 잠잠해지더니 검은 재만 남았다.
새로운 강의실에서 나는 내 물건들을 옮겨놓고 있었다.
사람들은 거의 없고 나 혼자만 먼저 온 것 같았다.
나는 내 책장들과 화구들을 정리정돈해서 옮겨놓는데,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다.
새로받은 책들은 길죽한 책상위에 차례로 올려놓았고,
화구들은 언제든 손뻗으면 닿을 위치에 공들여 배치했다.
정리가 끝나자 다른 자리들을 구경갔다.
한 친구의 책상 곁 전시대에는 새것같은 만화책이 잔뜩 바닥을 향해 풍성하게 꽃혀 있었다.
그것들의 제목을 눈으로 구경하는 사이 강의실에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문득 책에 이름을 쓰지않은 것이 마음에 걸려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자리가 이미 엉망진창으로 헤집어져있었다.
동기들이 자기 자리를 정리하면서 한학년 선배의 치우지 않은 짐인줄 알고 이리저리 옮긴 모양이었다.
나는 5개의 내 높은 책장을 책상앞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했다.
그는 별로 내켜하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언제나와 같이 순순히 도와주었다.
책상앞에 책장을 열린ㄷ자로 세워두고, 이제는 되었다는 마음에 나는 다시 만화책있는 곳으로 갔다.
문득 이 책들은 누군가가 처분하려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마음을 누가 읽어주듯 이책 판다는 벽보가 붙어있다고 애기하며 전시대가 기대고 있던 두꺼운 네모 기둥을 손으로 가르켰다.
그곳에는 정말로 전화번호와 팔고싶다는 내용이 적힌 A4용지가 붙어있었다.
나는 뭔가 구할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뒤적거렸다.
이번에는 손으로 들어 샅샅이 뒤졌고, 시리즈중 내가 원하는 단한권의 책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 책은 없었고, 대신 제법 탐나는 작가의 처음 보는 화보집 두 권이 약간 비닐이 뜻긴채 있었다.
거의 새제품이었다.
이사를 도와줬던 친구를 불러 이 책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 역시 가격이 괜찮으면 살만하다고 얘기했다.
주인이 오면 구매해야겠다고 다짐하는데, 그러고보니 책에 이름은 아직 쓰지 않았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내 자리로 가보니 물건들은 배치가 조금 바뀌어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결정적으로 문제는 책상 앞에 책장을 배치했기에 강의실의 칠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아뿔싸.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수가 있지?
강의실안에 완전 고립된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 공간을 앞에서 보거나 옆에서 본다면, 그건 꽤나 우스운 일이었다.
나는 다행이 맨 끝자리를 고른 상태였으므로, 뒤의 물건들을 치우고 의자뒤로 책장을 옮겨놓기로 했다.
그런데 어찌나 물건이 많던지.
이제 강의실 뒤쪽 쓰레기통 근처는 버려진 선배들의 물건으로 산을 이루었다.
그곳에는 왜인지 마른 꽃도 잔뜩 있었고, 나는 이게 졸업식 때 선물 받은 꽃인가보다 싶었다.
이것저것 치우다가 흰 국화꽃이 담긴 백자를 널칠뻔했다.
새하얗고 그림같이 생생한 흰국화를 보며 나는 이것도 선배들의 물건이구나 싶어 쓰레기더미 쪽으로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런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고, 어느새 강의실은 이사하는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
이제 강의실에서 내 작업공간은 전년보다 꽤나 비좁아 보였다.
새학기 물건들은 제법 비슷비슷해서 나는 이제 내것과 아닌것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걸치우고 저걸 가져오려하면 내가 치워둔 사이 다른 사람이 그 공간에 무엇인가 버리거나 그 공간을 다르게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면 나는 또 그걸 치우고. 딱히 사람들과 싸우지는 않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정리정돈과 청소에 지쳐갔다.
새 책에 이름을 쓰지 않은 것이 또 생각났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책장을 이리 끌고 저리 끌고하느라 드르륵 드르르륵 드르륵 소리를 귓가를 자꾸 맴돈다.
뭔가의 재가 가득보이고 부글부글끓기도 하고 가스레인지 자체도 흐물흐물해져서 나는 대체 불끄는 레버가 어디있는지조차 제대로 가늠할수 없었다.
반쯤 녹아내린 레버 뒷쪽에는 불길이 보였고, 나는 도저히 그걸 손으로 잡아 돌릴 자신이 없었다.
주저하는 사이 가스를 차단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가스레버를 돌리자 믿을수 없을만큼 곧 불이 잠잠해지더니 검은 재만 남았다.
새로운 강의실에서 나는 내 물건들을 옮겨놓고 있었다.
사람들은 거의 없고 나 혼자만 먼저 온 것 같았다.
나는 내 책장들과 화구들을 정리정돈해서 옮겨놓는데,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다.
새로받은 책들은 길죽한 책상위에 차례로 올려놓았고,
화구들은 언제든 손뻗으면 닿을 위치에 공들여 배치했다.
정리가 끝나자 다른 자리들을 구경갔다.
한 친구의 책상 곁 전시대에는 새것같은 만화책이 잔뜩 바닥을 향해 풍성하게 꽃혀 있었다.
그것들의 제목을 눈으로 구경하는 사이 강의실에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문득 책에 이름을 쓰지않은 것이 마음에 걸려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자리가 이미 엉망진창으로 헤집어져있었다.
동기들이 자기 자리를 정리하면서 한학년 선배의 치우지 않은 짐인줄 알고 이리저리 옮긴 모양이었다.
나는 5개의 내 높은 책장을 책상앞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했다.
그는 별로 내켜하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언제나와 같이 순순히 도와주었다.
책상앞에 책장을 열린ㄷ자로 세워두고, 이제는 되었다는 마음에 나는 다시 만화책있는 곳으로 갔다.
문득 이 책들은 누군가가 처분하려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마음을 누가 읽어주듯 이책 판다는 벽보가 붙어있다고 애기하며 전시대가 기대고 있던 두꺼운 네모 기둥을 손으로 가르켰다.
그곳에는 정말로 전화번호와 팔고싶다는 내용이 적힌 A4용지가 붙어있었다.
나는 뭔가 구할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뒤적거렸다.
이번에는 손으로 들어 샅샅이 뒤졌고, 시리즈중 내가 원하는 단한권의 책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 책은 없었고, 대신 제법 탐나는 작가의 처음 보는 화보집 두 권이 약간 비닐이 뜻긴채 있었다.
거의 새제품이었다.
이사를 도와줬던 친구를 불러 이 책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 역시 가격이 괜찮으면 살만하다고 얘기했다.
주인이 오면 구매해야겠다고 다짐하는데, 그러고보니 책에 이름은 아직 쓰지 않았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내 자리로 가보니 물건들은 배치가 조금 바뀌어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결정적으로 문제는 책상 앞에 책장을 배치했기에 강의실의 칠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아뿔싸.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수가 있지?
강의실안에 완전 고립된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 공간을 앞에서 보거나 옆에서 본다면, 그건 꽤나 우스운 일이었다.
나는 다행이 맨 끝자리를 고른 상태였으므로, 뒤의 물건들을 치우고 의자뒤로 책장을 옮겨놓기로 했다.
그런데 어찌나 물건이 많던지.
이제 강의실 뒤쪽 쓰레기통 근처는 버려진 선배들의 물건으로 산을 이루었다.
그곳에는 왜인지 마른 꽃도 잔뜩 있었고, 나는 이게 졸업식 때 선물 받은 꽃인가보다 싶었다.
이것저것 치우다가 흰 국화꽃이 담긴 백자를 널칠뻔했다.
새하얗고 그림같이 생생한 흰국화를 보며 나는 이것도 선배들의 물건이구나 싶어 쓰레기더미 쪽으로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런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고, 어느새 강의실은 이사하는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
이제 강의실에서 내 작업공간은 전년보다 꽤나 비좁아 보였다.
새학기 물건들은 제법 비슷비슷해서 나는 이제 내것과 아닌것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걸치우고 저걸 가져오려하면 내가 치워둔 사이 다른 사람이 그 공간에 무엇인가 버리거나 그 공간을 다르게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면 나는 또 그걸 치우고. 딱히 사람들과 싸우지는 않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정리정돈과 청소에 지쳐갔다.
새 책에 이름을 쓰지 않은 것이 또 생각났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책장을 이리 끌고 저리 끌고하느라 드르륵 드르르륵 드르륵 소리를 귓가를 자꾸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