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2006. 9. 25. 08:41TXT/Dream

화실에 다니고 있었다. 그 학원의 여선생은 이상했다. 그녀는 곧잘 이유없이 나를 공격했다. 두려웠다. 어느날 이날 역시 그녀는 내게 덤벼들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뭔가 무기가 될 만한 것, 모프를 들고 그녀가 내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휘둘렀다.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녀가 너무 집요한 탓에 결국 그녀의 눈을 노렸다. 그녀는 페인팅 나이프로 내 발을 노렸다. 핸드폰이, 핸드폰이 어느새 떨어져있었다. 그녀쪽에. 내쪽에, 그녀의 상체와 내 발 사이에. 핸드폰만 주울 수 있다면 난 언제든지 도망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끈질겼다. 한 참을 싸웠다. 내가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화실의 남자선생이 그녀를 조금 말려줬기 때문이었다. 내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었다. 너무나 급하게, 아무 버스나 탔다. 승객은 모두가 왼쪽에 앉아있었다. 왼쪽은 꽉 찼고, 그래서 오른쪽에 앉았다. 내 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비교적 앞쪽에 앉은 덕분에 운전하는 모습이 잘 보였다. 대체 어디로가는지 알 수 없었다. 잘못타도 제대로 잘못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운전을 어찌나 위험하게 하던지, 곧 이 버스가 이상한 버스임을 알 수 있었다. 오른쪽에 앉아있다가는, 아시다시피 조수석쪽인 오른쪽에 앉아있다가는 목숨이 10개여도 부족할 것 같았다. 그런가하면 반대쪽 차선에서 운전해오는 차들은 또 어찌나 위험하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차도로 걸어다니면서도 휘청거리는지, 내 가슴이 철렁거릴 지경이었다. 내 눈에는 금방이고 대형사고가 나서 뭉개지는 오른쪽 좌석과 깨져 부서지는 유리와 폭발하는 버스가 아른거렸다. 하지만 왼쪽 좌석에는 자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뒤쪽 좌석으로 옮겼다. 정면 충돌이라면, 뒤쪽이 그나마 조금 안전하지 않겠는가? 앞의 철 구조물을 꼭 잡으면서도 몹시 불안했다. 만일 사고가 난다면 이 철 구조물이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버스에는 사람이 점점 탔다. 이렇게 위험한 버스인데도 의아했다. 하지만 의외로 매사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내 앞자리를 점점 차지해갔고, 그 사람들이 무슨 인간장벽이라도 되는 듯 나는 좀 마음이 편해졌다. 곧 새침한 중학생이 내 옆에 앉았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지갑 있으세요?" 낭패였다. 가방속에 지갑은 없었다. 누가 훔쳐간 것일까? 이 버스는 내릴 때 돈을 내게 되어있는데 어쩌면 좋을까... 목적지에서 못내리면? 그런 고민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전에 이 버스는 목적지를 지나가긴 갈 것인가?? 과연? 난감해하면서 뒤적이다가 그 중학생의 얼굴을 봤다. 그녀는 바닥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았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은 그녀의 시선을 쫒았다. 바닥에 내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떨어져있다면 알려주면 좋을텐데... 이 일로 몹시 기분이 안좋아져서 갑자기 내리기로 결정했다. 심야이긴했지만 어차피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도 없는 위험천만한 버스였다. 노선표를 제대로 확인해서 다시 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내린 곳에는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다. 한 밤중이어서 더욱 을씨년 스러웠다. 뒤는... 뒤는 뒤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쪽으로 가자니 더 무서워서 숲으로, 붉은 기둥이 계속 세워져있는 숲의 길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 무서워서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그 길의 돌바닥은 점점 빨갛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수 없이 불길했다. 두려워서 눈을 감고 달리기 시작했다. 뭔가 스쳐지나가는 인기척같은 것은 느낄 때마다 눈을 떴지만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더 찜찜했다. 어느새 길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방이 새까맣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헤메었을까. 나는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이곳은 화실이었다. 뭔가를 물었다. 그 선생들이 말했다. "당신은 이미 죽었으니 얌전히 계시지요?" "죽었다고? 내가 죽었다고?" 급히 그들을 다그쳤다. "이미 150년이 지났는 것을요" "그럼 당신들은 왜 멀쩡히 살아 있지?" "그야..." 흥분한 내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웃고 있었다. 그녀가 뭔가 말했다. 역시 당신은 그런 여자야. 그렇게 생각했다. 뭔가 내가 알고 있는 답을 그녀가 했다고, 그런데 그녀가 뭐라고 했는지 바로 그것을 지금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