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2006. 9. 9. 01:13TXT/Dream

 
도망치고 있었다. 문을 계속 잠그며. 도망치고 있었다. 바싹 뒤에서 문을 부수며 쫒아오는 존재를 알았다. 그래도 문을 잠그지 않으면- 안됐다. 문을 잠그지 않으면, 곧 바로 잡혀버린다.

대체 그토록 뭘 그리 잘못했던가. 그렇다.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한 형태가 되었다. 단지 민망하고 부끄럽고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서 시선을 피해버린 것이 오만하고 매몰차게 자존심 상하도록 무시해버린 결과가 되고 말았다. 고의는 아니었는데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오물-이라기보단 그저 똥물을 먹혀지고 난자당할 위기를 일시적으로라도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다행이 아무도 쫒아오는 기척이 없다. 나무 그림자에 숨어서 한 숨 놓았다. 공원의, 쨍한 햇빛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갑자기 바로 건너 길을 지나가던 갓난아이를 안은 젊은 셀러리맨이 갓난아기의 얼굴을 향해 주황색 토역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재난에 칭얼거리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앵앵 울린다. 시끄럽다.

바로 뒷쪽에서도 사람들의 비명이 들린다. 돌아보니, 한 남자의 가슴에 식칼정도 길이의 단도가 꽂혀있다. 그 남자는 아직 살아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뒷걸음 치고 있다. 사람들이 술렁거린다. 범인은 보이지 않는다. "먹였어...! 먹였어...!" 옆에서 어떤 여자가 중얼거린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다시 그쪽을 바라봤더니 어떤 사람이 오물을 토해내고 있다. 결국 공황에 빠진 다른 모두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범인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도. 뒤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몇걸음이나 뛰었을까. 방금 전까지 한가롭게 공원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가 쓰러져 있다. 옆으로 토사물 같은 것들이 얼핏 보인다. 가스..? 얼핏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다. 범인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칼을 꽂은 사람만큼은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동일인물일 확률도 낮지만은 않겠지. 그라면,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태는 내 책임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런 죄책감은 만에 하나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바싹 긴장하여 빠르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상할 정도로 뛰었다. 확인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뚜렷한 불길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었다.

똑.딱.똑.딱. 초침이 움직이는 규칙적인 소리를 듣는다. 6시는....되었겠지...하고 기대했다. 최소한 4시는... 근데 12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