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SLES

9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의 옥상에 올라갔다. 사실 9년간 옥상이 열려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옥상의 난간이 그렇게- 낮을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아직까지 아무도 뛰어내리지 않았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옥상에서 내려다본 이 동네는 색달랐고 평화로웠다. 시원하지만 강한 바람을 맞고 있자니 모든게 완벽하게 느껴졌다.  나만이 걸맞지 않은 곳에 마치 책에서 걸어나온 인간마냥 뎅그러니 서있는 듯하다.

익숙하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기도 한 층계를 오르고 있었다. 작은 탐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옥상이 열려있으면 그것으로 좋고, 닫혀 있어도, 좋았다. 그러나 한층한층 올라가면서 차츰 뛰어내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30%정도는 흥미 40%는 울분으로. 나머지 50%가 공포가 아닌 뭔가 다른 동기로 차지않는한 120%의 기분으로 뛰어내리는, 기쁘게 나는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옥상에 도착했을 땐 원래 고소공포증을 느낀 적이 없었음에도, 난간으로 다가가는 것이 어찌나 무섭던지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옥상 문앞에서 조금 망설이던 나는 결국 흥미를 이기지 못해 무슨 보험드는 기분으로 언젠가, 언제든지 뛰어내릴 수 있는 좋은 자리를 골랐다. 비교적 높은 확률로 확실히 죽을 수 있는 바닥이 화단이 아닌 시멘트인 곳으로. 사실 이 바람이면 수직으로 떨어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이 떨어지면 시체가 대체 어떻게 보일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특히 큰 흥미가 일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거의 평정을 유지할 수 없다. 나는 이 이상한 상황을 인지하며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의 이율배반적인 심정에 대해 생각했다. 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아름다운, 그러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범행 역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옳은 말이다. 잘 생각해보자. 무엇에 이용할 수 있을지. 매사에 머리를 굴려두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지.

그러나 사실 내게는 또다시 이곳으로 오지 않을 뭔가의 이유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적어도 한가지, 친절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는 사실만은 알겠다. 텍스트는 컨텍스트에 비하면, 좀처럼 중요하지 않을텐데도. 그러나 확실히 우정, 예절바름, 친절함 등의 인간적인 품위을 결여한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한가지, 혼란스러움을 가속시키는 요인이 된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라날 때, '부정적인' 것에 대한 내면의 '터부'는 결국 복합적인 감정을 키우게 된다. 말하자면 널 싫어할 때, 순수히 널 싫어하는 감정에 발맞춰 널 싫어하는 나를 싫어하는 감정과, 널 싫어하게 하는 널 싫어하는 감정또한 삼중주를 이룬다. 그곳에 널 좋아하는 감정이-

웅장해. 충분히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