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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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화실에 다니고 있었다. 그 학원의 여선생은 이상했다. 그녀는 곧잘 이유없이 나를 공격했다. 두려웠다. 어느날 이날 역시 그녀는 내게 덤벼들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뭔가 무기가 될 만한 것, 모프를 들고 그녀가 내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휘둘렀다.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녀가 너무 집요한 탓에 결국 그녀의 눈을 노렸다. 그녀는 페인팅 나이프로 내 발을 노렸다. 핸드폰이, 핸드폰이 어느새 떨어져있었다. 그녀쪽에. 내쪽에, 그녀의 상체와 내 발 사이에. 핸드폰만 주울 수 있다면 난 언제든지 도망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끈질겼다. 한 참을 싸웠다. 내가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화실의 남자선생이 그녀를 조금 말려줬기 때문이었다. 내 손..
2006.09.25 -
붉은 알
게워내는, 세면대 한가득이 반투명한 붉은 알(생선알?)을 게워내는 꿈을 꿨다. 뭐지? 이 진실됨은. 그렇다. 뭔가 내장에 해당되는 것이 쏟아져 흘러내려버린 것이다. 분명히 문을 잠궈뒀었는데...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가 말했다. "역시 넌 안돼"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괜찮다,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오로지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2006.09.19 -
ㄱㄱ 부자는 한번에 ㅇㅋ
웬 두터운 책을 펼쳤다. 첫페이지는 인물소개- 어차피 인물소개부터 읽어봐야 머리에 들어올리도 없으니 슥 지나치고 바로 제목을 읽는다. 'ㄱㄱ 부자는 한번에 ㅇㅋ' 환타지소설인가? 이젠 통신체 소설이 교과서에 실리는군. 많이 발전했다.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한번에 ㅇㅋ에 밑줄 좍." 아아, 수업중이었던가. "뜻은 그만큼 선택은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 그만큼? 한번에 할만큼? 에? 뭔가 틀리잖아 그거. 이 문장 빈부의 격차에 따라 인생은 스타트부터 달라진다는 뜻아닌가?? 띠디딩띵띵 팅팅팅띵 갑자기 시끄러운 벨이 울리고,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익숙한 차인벨이고, 국어수업의 재현이다. 어릴 때부터 뭐든지 머리로 먼저 '이해'하지 못하면 가슴으로도 '느낄' 수 없었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2006.09.13 -
쫒기다
도망치고 있었다. 문을 계속 잠그며. 도망치고 있었다. 바싹 뒤에서 문을 부수며 쫒아오는 존재를 알았다. 그래도 문을 잠그지 않으면- 안됐다. 문을 잠그지 않으면, 곧 바로 잡혀버린다. 대체 그토록 뭘 그리 잘못했던가. 그렇다.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한 형태가 되었다. 단지 민망하고 부끄럽고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서 시선을 피해버린 것이 오만하고 매몰차게 자존심 상하도록 무시해버린 결과가 되고 말았다. 고의는 아니었는데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오물-이라기보단 그저 똥물을 먹혀지고 난자당할 위기를 일시적으로라도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다행이 아무도 쫒아오는 기척이 없다. 나무 그림자에 숨어서 한 숨 놓았다. 공원의, 쨍한 햇빛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갑자기 바로 건너 길을 지나가던 갓난..
200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