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2-
2005. 6. 13. 22:04ㆍFavorite/StarWars
* 이하의 글은 아나오비 전제의 무스타파 사제대결 장면 행간 읽기를 시도한 오비완 POV 글입니다. 원작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싶지 않으신 분은 알아서 피해주세요^_^
* 아나킨 시점의 글이 읽어보고 싶으신 분은 파국을...영화 플레이 시간상 이어져 있을 뿐, 내용상 그다지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파국 -2-
"네 스스로 자초한 사태지!"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 고요해. 한 점의 흐트러짐 없이 모든 게 명확히 보인다. 시스가 되어버린 그 아이를 보면 눈앞이 캄캄할 것 같았는데. 내가 과연, 그 아이와 제 정신으로 대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조금도, 극적이지, 않아. 생각했던 것만큼, 힘들지도, 않구나. 이미 넌 내가 알던 그 아이가 아니야.
"나로 하여금 당신을 죽이게 하지 말아요"
오, 애니, 너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 이상하다. 마치, 네가...마치 내가 알던 그 아이 같구나.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때 쓰던 그 시절과 조금도 다를 바 없어. 변하지 않았어. 너는 여전히 그 작고 자존심 강하고 상냥한 그 아이구나. 그리고 나도 변하지 않지. 나는 여전히 제다이이고, 물론, 내가 할 대답을 넌 이미 알고 있겠지?
"오직 시스만이 절대주의를 고집하지!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
"그러시겟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구나. 몇 번이고, 셀 수없이 대련했던 네 라이트세이버가 내 급소를 정확히 노려온다. 익숙한 패턴. 어쩐지 조금도 바뀌지 않았어. 네 눈은 그 옛날에도 살기를 머금었었지. 몇 번이고 주의를 줬었다. 여전히 주위 환경이 조금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구나. 내가 그렇게 다그쳤건만. 전체를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타자에게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통찰해서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대와 소를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했건만. 그런데 넌 그 모든 걸 이제껏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려버린 거야.
아니, 사실 나만은, 알고 있었어. 네가 네 상냥함을 끝내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네가 날 버리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 이런 상황 속에서도 네가 날 진심으로 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난 알고 있어. 널 그렇게 키운 것이 바로 나…였어.
그래, 나였지. 그 아이가 그 아이의 첫사랑인 그녀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해준 것이 나였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아이는 시스를 물리치고 포스에 균형을 가져올 선택된 아이니까. 제다이에 필요한 인재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그 아이의 불안정함을 다른 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문제시 될 때마다 감싸줬던 것이 나였어. 나였니..? 그런 거니. 내가….과보호였어..? 내가 너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주지 않았어? 그런 거야…? 그래, 그런 거였군.
“내가 널 잘 못 가르쳤구나…. 내가 널 실패했어.”
“난 제다이의 반역음모를 알았어야만 했어요!!”
“아나킨! 팰퍼틴 의장은 악이야!”
“제 관점으로는 제다이가 악이에요!”
“그럼 넌 길을 잃었어!”
그렇지 않아. 네겐 처음부터 길이 보이지 않았겠지. 내가…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지 못한 거야. 유도하려고만 했지, 스스로 찾아 가도록 풀어주지 않았어. 어떻게 그런, 일이. 내 잘못이었어. 내가 널 망쳐놨구나. 꼴 좋다. 오비완 케노비. 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 머릿속이 이토록 차갑게 식어있어. 조금도 감정적이지 않구나. 난. 역시 눈 앞의 사실을 긍정할 수 없을 만큼 약하지 않아. 그렇다고 부정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도, 않아. 미안, 애니... 미안하구나.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을 난 기어코 하고 말테지.
“이게 당신을 위한 끝이에요, 나의 마스터여”
그래, 차라리. 그리 되면 좋으련만. 미안하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나의 옛 파다완. 너를 사랑했어. 그래서, 알면서도 보지 못했어. 바로 내가 널…망쳐버린거야...
* 아나킨 시점의 글이 읽어보고 싶으신 분은 파국을...영화 플레이 시간상 이어져 있을 뿐, 내용상 그다지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파국 -2-
"네 스스로 자초한 사태지!"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 고요해. 한 점의 흐트러짐 없이 모든 게 명확히 보인다. 시스가 되어버린 그 아이를 보면 눈앞이 캄캄할 것 같았는데. 내가 과연, 그 아이와 제 정신으로 대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조금도, 극적이지, 않아. 생각했던 것만큼, 힘들지도, 않구나. 이미 넌 내가 알던 그 아이가 아니야.
"나로 하여금 당신을 죽이게 하지 말아요"
오, 애니, 너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 이상하다. 마치, 네가...마치 내가 알던 그 아이 같구나.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때 쓰던 그 시절과 조금도 다를 바 없어. 변하지 않았어. 너는 여전히 그 작고 자존심 강하고 상냥한 그 아이구나. 그리고 나도 변하지 않지. 나는 여전히 제다이이고, 물론, 내가 할 대답을 넌 이미 알고 있겠지?
"오직 시스만이 절대주의를 고집하지!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
"그러시겟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구나. 몇 번이고, 셀 수없이 대련했던 네 라이트세이버가 내 급소를 정확히 노려온다. 익숙한 패턴. 어쩐지 조금도 바뀌지 않았어. 네 눈은 그 옛날에도 살기를 머금었었지. 몇 번이고 주의를 줬었다. 여전히 주위 환경이 조금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구나. 내가 그렇게 다그쳤건만. 전체를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타자에게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통찰해서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대와 소를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했건만. 그런데 넌 그 모든 걸 이제껏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려버린 거야.
아니, 사실 나만은, 알고 있었어. 네가 네 상냥함을 끝내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네가 날 버리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 이런 상황 속에서도 네가 날 진심으로 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난 알고 있어. 널 그렇게 키운 것이 바로 나…였어.
그래, 나였지. 그 아이가 그 아이의 첫사랑인 그녀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해준 것이 나였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아이는 시스를 물리치고 포스에 균형을 가져올 선택된 아이니까. 제다이에 필요한 인재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그 아이의 불안정함을 다른 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문제시 될 때마다 감싸줬던 것이 나였어. 나였니..? 그런 거니. 내가….과보호였어..? 내가 너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주지 않았어? 그런 거야…? 그래, 그런 거였군.
“내가 널 잘 못 가르쳤구나…. 내가 널 실패했어.”
“난 제다이의 반역음모를 알았어야만 했어요!!”
“아나킨! 팰퍼틴 의장은 악이야!”
“제 관점으로는 제다이가 악이에요!”
“그럼 넌 길을 잃었어!”
그렇지 않아. 네겐 처음부터 길이 보이지 않았겠지. 내가…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지 못한 거야. 유도하려고만 했지, 스스로 찾아 가도록 풀어주지 않았어. 어떻게 그런, 일이. 내 잘못이었어. 내가 널 망쳐놨구나. 꼴 좋다. 오비완 케노비. 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 머릿속이 이토록 차갑게 식어있어. 조금도 감정적이지 않구나. 난. 역시 눈 앞의 사실을 긍정할 수 없을 만큼 약하지 않아. 그렇다고 부정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도, 않아. 미안, 애니... 미안하구나.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을 난 기어코 하고 말테지.
“이게 당신을 위한 끝이에요, 나의 마스터여”
그래, 차라리. 그리 되면 좋으련만. 미안하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나의 옛 파다완. 너를 사랑했어. 그래서, 알면서도 보지 못했어. 바로 내가 널…망쳐버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