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0-
2005. 6. 15. 20:25ㆍFavorite/StarWars
*이하의 글은 아나오비 전제의 에피3 행간 읽기를 시도한 글입니다. 원작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시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정신건강을 위해 부디 피해주세요.
*그다지 이어지지 않지만 에피3 행간읽기를 시도한 글은 제목을 전부 파국으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_-;;; 번호는 영화상의 시간순으로...;;
파국 -0-
“이번 일에 절 필요로 하실 거에요.”
“오, 그렇겠지. 하지만 무익한 추적이 될지도 모르잖니.”
어느새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웅은 여기까지고, 결국 그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 될 것 같아서.
"마스터”
그를 불러 세웠다. 그가 똑바로 시선을 마주쳐 온다. 대화를 할 때면 그가 보이는 습관. 꿰뚫어보듯 청명한 녹회색 눈동자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습관이었다.
“제가 당신을 실망시켜드렸어요. 저..전 당신의 훈련에 별로 감사해하지 않았습니다. 전 오만했고,”
차분한 표정이던 오비완의 단아한 눈썹이 오만이라는 단어에 움찔한다. 나는 나의 그런 태도가 그를 깊이 상처 입혀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오비완을 상처 주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었고.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한 채 회상하는 듯이 초점을 흐렸던 오비완은 그러나 눈을 다시 똑바로 마주쳐 온다. 좀더 사려 깊게. 진의를 탐색하듯이.
“이제 사죄 드려요. 전 단지 카운슬에 너무 화가 나 있었어요."
말을 마치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놀란 듯이 원을 그린 그의 눈썹은 서서히 완만한 곡선을 이루었고, 수염에 가려진 입가가 싱긋 웃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발자국 다가온다. 유달리 반짝이는 눈빛엔 신뢰를 가득 담고서. 칭찬할 때면 고개를 살짝 들이밀고 고개를 약간 치켜세워 시선을 맞추는 것도 그의 습관이었다. 키스 하기 좋은 각도. 이 역시 달갑지만은 않다.
"너는 강하고 현명해 아나킨, 널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그렇지 않아요. 난 약해. 내겐 아직 당신이 필요해요. 나를 두고 가지 말아요, 오비완.
절규가 나올 듯 했다.
"난 네가 어린 소년이었을 적부터 가르쳐왔어. 내가 아는 모든걸 네게 가르쳤다. 그리고 넌 내가 기대해본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제다이가 되었지.”
미안해요. 오비완. 그게, 그게 아니에요. 그런 말 듣고 싶은 게 아니야. 내겐 그런 칭찬 걸맞지 않아요. 당신을 이렇게 저버리고 있어. 전 많은 거짓말을 했어요. 당신이 인정해줘도 나는, 나만큼은 그걸 잘 알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의 눈길을 피해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눈치 채지 않도록. 입가에는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렴. 아나킨, 카운슬이 널 제다이 마스터로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야. "
말을 끝내며 그가 인자한 얼굴로 웃는다. 정말로 기쁜 듯 해서,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차마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심시키려는 듯이 그도 한 번 크게 끄덕이더니 뒤돌아 수송선을 향해 간다.
"오비완”
이름으로, 그를 불러 세웠다. 이제는 이런 인사치례 밖에 남지 않아서.
“포스가 함께 하시길."
"안녕, 오랜 친구여. 포스가 함께 하길."
전 당신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만 있었더라면.
*그다지 이어지지 않지만 에피3 행간읽기를 시도한 글은 제목을 전부 파국으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_-;;; 번호는 영화상의 시간순으로...;;
파국 -0-
“이번 일에 절 필요로 하실 거에요.”
“오, 그렇겠지. 하지만 무익한 추적이 될지도 모르잖니.”
어느새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웅은 여기까지고, 결국 그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 될 것 같아서.
"마스터”
그를 불러 세웠다. 그가 똑바로 시선을 마주쳐 온다. 대화를 할 때면 그가 보이는 습관. 꿰뚫어보듯 청명한 녹회색 눈동자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습관이었다.
“제가 당신을 실망시켜드렸어요. 저..전 당신의 훈련에 별로 감사해하지 않았습니다. 전 오만했고,”
차분한 표정이던 오비완의 단아한 눈썹이 오만이라는 단어에 움찔한다. 나는 나의 그런 태도가 그를 깊이 상처 입혀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오비완을 상처 주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었고.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한 채 회상하는 듯이 초점을 흐렸던 오비완은 그러나 눈을 다시 똑바로 마주쳐 온다. 좀더 사려 깊게. 진의를 탐색하듯이.
“이제 사죄 드려요. 전 단지 카운슬에 너무 화가 나 있었어요."
말을 마치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놀란 듯이 원을 그린 그의 눈썹은 서서히 완만한 곡선을 이루었고, 수염에 가려진 입가가 싱긋 웃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발자국 다가온다. 유달리 반짝이는 눈빛엔 신뢰를 가득 담고서. 칭찬할 때면 고개를 살짝 들이밀고 고개를 약간 치켜세워 시선을 맞추는 것도 그의 습관이었다. 키스 하기 좋은 각도. 이 역시 달갑지만은 않다.
"너는 강하고 현명해 아나킨, 널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그렇지 않아요. 난 약해. 내겐 아직 당신이 필요해요. 나를 두고 가지 말아요, 오비완.
절규가 나올 듯 했다.
"난 네가 어린 소년이었을 적부터 가르쳐왔어. 내가 아는 모든걸 네게 가르쳤다. 그리고 넌 내가 기대해본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제다이가 되었지.”
미안해요. 오비완. 그게, 그게 아니에요. 그런 말 듣고 싶은 게 아니야. 내겐 그런 칭찬 걸맞지 않아요. 당신을 이렇게 저버리고 있어. 전 많은 거짓말을 했어요. 당신이 인정해줘도 나는, 나만큼은 그걸 잘 알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의 눈길을 피해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눈치 채지 않도록. 입가에는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렴. 아나킨, 카운슬이 널 제다이 마스터로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야. "
말을 끝내며 그가 인자한 얼굴로 웃는다. 정말로 기쁜 듯 해서,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차마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심시키려는 듯이 그도 한 번 크게 끄덕이더니 뒤돌아 수송선을 향해 간다.
"오비완”
이름으로, 그를 불러 세웠다. 이제는 이런 인사치례 밖에 남지 않아서.
“포스가 함께 하시길."
"안녕, 오랜 친구여. 포스가 함께 하길."
전 당신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만 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