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킨 스카이워커

2005. 6. 3. 20:31Favorite/StarWars

*모처에 남긴 덧글을 토대로 8번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일전에 한 번 황제님의 아나킨의 아버지(혹은 창조자)일 것이다라는 언급을 살짝 했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근거를 정리해보면...

상대적으로 객관적 근거

1. 에피1에서 무역연합에 도착하자마자 오비완은 임무와는 별개의 어떤 불길한 징조를 느낀다. 에피1은 아나킨이 무사히 제다이 입문을 하는 나름 해피엔딩 스토리인데 오비완의 예감은 왜 불길해야 하는가? 바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악의 씨를 잉태하는 언해피한 상황임을 암시하기 위함 아닌가?

2. 아나킨의 태생은 어머니의 단신 수태다. 성경 속 구원자, 즉, 예수의 태생에 걸쳤다고만 하기엔 너무 빈약한 설정이며, 아나킨은 타락하기에 비난거리가 될 여지가 지나치게 많다.

3. 에피1에서 팰퍼틴이 아나킨을 보며 "네게 기대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아나킨의 제다이입문이 미정인 상태였다. 아무리 의장이라는 직책에 있다고 해도 제다이 내부사정에 밝을 수 없는 팰퍼틴이 지저분한 복장을 하고 있는 과거 노예소년인 아나킨에게 대체 뭘 기대한단 말인가? 설령 그가 아나킨의 제다이입문건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의심스럽기는 마찮가지다.

4. 팰퍼틴이라는 캐릭터가 해온 짓의 냉철함과 철저함 그리고 치밀함을 볼 때, 팰퍼틴의 아나킨에 대한 집착과 과신은 유망한 한 제다이 파다완을 향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지나치다. 게다가 팰퍼틴은 종종 아나킨에게 아들이란 칭호를 사용하며, 줄곧 자신의 운명을 깨우치라고 촉구한다.

5. 팰퍼틴은 에피3에서 아나킨의 위험을 감지한다. (스타워즈에서는 피의 유대를 갖는 캐릭터끼리의 정신적감응이 종종 보인다.)

6. 만약 그런 암시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다스 플레고스의 전설은 2시간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만큼 많은 비중을 들여 할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나킨의 타락에 일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나킨은 심지어 관심을 표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봐도 오로지 아나킨과 황제와의 관계에 대해 관객이 의심할 수 있도록 넣은 대사이며, 그 대사 전후로 팰퍼틴의 모든 움직임과 눈짓에서 암시하는 것도 마찮가지이다.

7. 아나킨이 무스타파에서 무역연합의 수장들을 칠 때, 울며 웃는 그 모습을 보면 그가 내면의 악마성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물론 이 내면의 악마성은 어린시절의 노예생활을 통해 키워진 것이다. 하지만 제다이 템플에 입문해서 제다이로 살아가는 그 13년간을 통해서도 완전히 닦아낼 수 없는 얼룩이란 원래 그렇게 타고 난 무늬라는 것 아닌가. 말하자면 아나킨에겐 애초에 그렇게 될 소지가 있었던 것 아닐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한마디로, 아나킨이 팰퍼틴의 피창조자라는 설정은 아나킨에게 애초에 내재되어 있는 내면의 악마성에대한 더할 바 없는 좋은 면죄부가 되며, 이 설정을 통해서만 제다이는 선, 시스는 악이라는 구도는 완성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관적이고도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유.

8. 내심 팰퍼틴을 치고 파드메와 함께 은하계를 통치할 좋은 꿈까지 꿨던 아나킨은 파드메를 잃은 후 결국 황제를 치지 않는다. 왜일까? 프리퀄 1~3부작의 아나킨이라면 파드메의 죽음을 아는 순간 그 화는 죄다 팰퍼틴에게로 향했어야 옳았다. 2편의 어머니를 해쳤다고 샌드족?을 학살하는 모습을 보라. 자신에게 소중했던 그 모든 것을 잃게하는 계기를 가져다준 존재가 설령 아무리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지라도 용서하고, 복종할 아나킨이 아니다. 그런 아나킨이 어떻게 황제님의 하수인으로 전락했을까? 바로 황제님이 아나킨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루크가 그랬던 것처럼 아나킨 역시 차마 친부를 칠수는 없었던 것 아닐까. 이건 바로 '스타워즈'이기 때문에-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스베이더가 된 후에도 아나킨 스카이워커로서의 선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친부인 황제님을 칠 수 없다. 때문에 아나킨에게 완벽한 절망이 된 것은 그의 안에서 고사해버린 정의감이 아니라(선은 마지막까지 살아있다) 황제님이 친부라는 사실 그 자체다.


어쨌거나, 황제님이 아나킨의 친부라는 설정으로 생각했을 때 비로소 불순한 동기로 태어난 피창조자인 아나킨이 아이로닉할 만큼 순수(naive)했다는 것에 의미가 생긴다. 그러나 정말 즐거운 것은 설령 그랬을지라도, 아무리 황제님이 아나킨의 친부와도 같은 창조자였을지라도, 오비완에게는 그러한 사실이 아나킨의 교육을 실패한 것에대한 어떠한 변명거리도 되지 않았을 것(make no excuse)이라는 점이다. =ㅂ=

그나저나 아나킨 POV의 에피3 다시 읽기를 하면 무지 재밌을 것 같다.
왜냐면 아나킨에게 시스로서의 본질은 애초에 내재되어 있던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아나킨은 타락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장 넘고 싶지 않았던 선을 결국 스스로 넘고 말았으니..
그 기분은 얼마나 참담했을꼬...♡

You turned against me-!!!
오비완을 향한 이 한마디는 자기 자신도 어디선가는 분명 납득할 수 없었을 궤변 속에 묻어나는 자기합리화의 모든 걸 단적으로 말해준다. 때문에 기가 막혀서 오비완이 하는 대답이란 곧 관객의 목소리일 수밖에 없는데....-ㅂ-
You have done that yourself!
자업자득이구만, 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