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첨삭되어진 소통을 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떤 (핵심적인) 정보는 삭제되었다.
(어째서 말 할 수 없는지 구체적으로는 알수 없으나)
어떤 이유에서라도 비밀로 해두고 싶기 때문이다.
또, 어떤 허위 정보는 첨가되었다.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자기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조금더 잘 보이고 싶기 때문에
그것은 몸을 가리기 위해 걸친 옷보다도 신경쓰일 수밖에.
이런 소통으로는 원하던 대답을 들을 수 있고,
또 결코 필요한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생각건데, 비밀리에 알고 있는 알리고 싶지 않은 진실은
데체로 누구도 알고 있다.
비슷비슷한 경험을 누구나 언젠가는 한다.
마치 자신만의 것인 듯한 모든 희로애락도
사실은 어떤 몇 가지 단순한 패턴에 의해
인류라는 종족이 취해온 조건반사 같은 것이므로.
그러나 아무리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냄새를 맡는다 하더라도,
아나킨, 그것은 나와 너 사이의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에,
(내가 비밀에 부치기를 바라거나, 네가 비밀에 부치기를 바라므로)
서로의 상황을 본능적으로 파악했더라도
모르는 척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당당하지 못한 사건,
이 전부 또는 부분을 비밀로 하고서는
누구앞에서도 결코 진심으로 참회하지 못할 것이다.
조언을 하는 누군가에게
나는 마음속으로 '그게 아니야. 너는 모르니까'라고 생각하지 않을수 없음으로.
아나킨, 한 때 너는 내게 싫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모든 일이 끝나자 너는 사실은 사랑했다고 말했지.
사실은 너무너무 사랑해서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고 말했지.
과거형으로.
아나킨, 나는 그 당시 문득 네가 사실은 사랑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본능적인 감이 이성적인 사고에 가려
결코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다네.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네가 '비밀로 하고 싶어'하는 것을
들춰내서 너를 괴롭히고 싶지 않고,
때문에 길지도 않은 한 인간의 일생에 걸쳐
한순간이라도 우리는 마음을 열고
절절하게 대화하지는 못할지도 모르겠군.
그리하여 이것이야 말로.
서로가 합의하여 선택한 최상의 길이라면..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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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2003/06/27, 지금으로부터 2년 쯤 전에 비품에서 올렸던 스타워즈 망상 본가에서 끌어왔습니다. 후후
그러니까, 뭔가, slash, 저한테는 어렵습니다..;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