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3-

2005. 6. 21. 09:10Favorite/StarWars

*이하의 글은 아나오비 전제로 에피3 무스타파 잠연의 행간 읽기를 시도한 글입니다. 원작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시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정신건강을 위해 부디 피해주세요.
*그다지 이어지지 않지만 에피3 행간읽기를 시도한 글은 제목을 전부 파국으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_-;;; 번호는 영화상의 시간순으로...;; 무스타파를 1로 시작했기 때문에=_=;;; 심하게 꼬인다 싶으면 번호를 다시 매기도록 하지요.












파국 -3-




"으으으으윽- 아아악, 우-으으으윽 허억 헉"

끔찍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몸도 마음도 용암의 물씬한 열기와 함께 모든 것이 광기로 끓는 듯했다.

아아, 더워. 땀으로 범벅이 됐어. 아나킨의 모습이 흐릿하다.
이상해. 땀이 눈을 가려. 눈시울이 뜨겁다. 이런 일 없었는데.
이런 일 없어야 했는데. 왜 하필 네가...!

"네가 선택된 자였어! 네가 시스를 물린친다고 했어! 가세하는게 아니라! 포스에 균형을 가져 올거라고 했지! 어둠 속에 버린다고 하지 않았어!"

울분을 참지 못하고 감정이 동하는대로 한바탕 토해내고는, 돌아섰다.
조금도 제다이 답지 않구나. 오비완 케노비. 침착해라. 정신차리고...
자, 몇 발자국 앞에 떨어져 있는 아나킨의 라이트세이버까지.
후들거리는 다리를 책망하여 간신히 라이트세이버를 집어 들고는, 다시 몇 발자국, 올랐다.

이제는 가야한다고, 떠나야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 아이를 이대로 두고 갈 수가 없어서.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돌아 보자마자...눈이 맞는다.
순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던 아나킨의 얼굴에,
증오가 서리는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인다.
영원과도 같은 일순간.

"당신을 증오해!"

아나킨, 네가 항상 강하고 아름다웠으면하고 바랬는데,
약한 모습을 보는 것은 내가 더 괴로울 것 같아서.
약하고 추해지면 버려야 할까봐,
아니, 버리고 싶어질까봐 언제나 두려웠는데.
전혀 그렇지 않구나.
조금도 버리고 싶지 않아. 조금도.
지금 이 순간... 널 여전히 사랑해.

그래. 그런 거였어.
나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던 거야.
내가 널 이토록 사랑하고 있었어.
...몰랐어.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난 당신을 사랑한다고.
아나킨, 네가...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포기한 채 내게 굽히고 들어왔을 때, 몹시 미안했었다.
차라리 포기해주면 좋으련만..하고 바랬었고.
너의 그녀에게는 온전히 사랑받기를 빌었지.
넌 사랑할 수 있는 아이라고 알고 있었고, 널 믿었으니까.
나로서는 네가 바라는 것처럼은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줄곧 생각해 왔거든.

그런데 아니었어.
타락해버린 널..난 아직도 온전히...이토록 사랑하고 있어.
하지만 미안하구나. 이제는 사랑할 수가 없어.
사랑하지 않아.

"넌 내 동생이었어. 널 사랑했었어."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
앞으로도 사랑하겠지.
하지만 사랑할 수 없어.

얼핏 읽어내기 힘든 표정이 떠오른 그 아이의 잘려나간 사지에 불이 붙는다.
파지직.....타는 소리를 내며 불길은 순식간에 그의 몸뚱아리를 집어 삼켰고,
고기가 익는 매케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더 이상, 그 아이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다.







......
어떻게 비행선까지 왔는지...모르겠다.
C3PO가 부산 떨며 반겼고... 그리고... 그리고...

아나킨,
널 사랑했었어...
그런 말만이 뇌리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