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킨의 정치적 성향

2005. 7. 24. 22:51Favorite/StarWars

내가 본 아나킨은 젊은이다운 결벽함으로 절대권력에 이끌리는 성향을 갖았다기보다는 오히려 그저 무지하고 순진하며 안일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공화국 개개인의 무관심과 몰이해를 암시하듯이 그의 논리는 '지금 이 상태는 틀렸으므로 바뀌어야한다'는 막연한 수준이며 결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아나킨은 민주주의보다는 누군가 현명한 사람에 의해 독재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그 누군가가 누가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내가 아닌 누군가 현명한 사람'이라며 끝내 말을 흐린다. (그 누군가로 아나킨이 과연 팰퍼틴을 찍고 있었을까?-그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영화 내에는 없다. 파드메를 보며 팰퍼틴을 밀어내고 함께 제국을 지배하자고 하는 것을 보면 파드메를 그 대상으로 생각한 듯하다) 정치 경제 사회문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는 제다이집단의 견습생이 가진 견해가 이 정도니 일반인이 어땠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팰퍼틴황제의 제국화 선언을 들으며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라. 다스 시디어스가 없었어도 아나킨이 타락하지 않았더라도 일 개인개인의 무관심 속에 퇴폐한 공화국은 끝내 해체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재밌는 것은 두쿠백작이 정치적 이상주의자였다는 점이다. 영화 내에서 아나킨과 두쿠백작의 위치는 전혀 다르다. 영화는 두쿠백작에 대해 많은 단서를 주지는 않지만 관객들은 적어도 그가 과거에 대단히 지적이고, 우아하고, 강한 제다이 였을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반면 아나킨은 재능은 많지만 성급하고 감정적이고, 무지하며, 순진하다. 이 대조적인 두 사람은 어째서인지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 아나킨은 무지해서, 두쿠백작은 이상주의에 심취한 끝에(?) 타락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타락이 나쁜 것인가?-하는 것은 좀 더 생각해봐야 될 문제다. 팰퍼틴 황제님의 말씀대로 선과 악은 그저 시각의 차이일 수 있다.(Good is point of view) 그러나 여기서 아나킨의 타락을 나쁘지 않다고 규정하면 이 영화의 논리를 전부 번복하게 된다. 그건 단순히 내 취향의 놀이 방식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지 않는다.

여기서 발생되는 또 하나의 의문은 이 영화가 일부러 이러한 선악 논쟁을 불어일으키기위한 애매한 구성을 취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아무런 근거 없는 단순한 감이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다. 이런 사고는 지극히 동양적인 것이며, 루카스는 뼛 속까지 미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