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정

2005. 4. 14. 20:26Favorite/StarWars

제다이들이 대체로 냉혈한이고
오비완이 그의 스승인 콰이곤 진과는 달리
그중에서도 특히나 이성적인 제다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비완과 아나킨 사이에는 사제간의 깊은 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래야만 신3부작이 재미있기 때문인데,
애초에 서로 사랑(범용적인 의미)하지 않는 두 사람의 결렬보다는,
서로 아끼고, 충돌하더라도 관계수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두 사람의 결별이야말로
훨씬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전폭적인 신뢰를 갖고 있었냐고 하면 그건 전혀 다른 문제지만
분명 깊은 애정을 갖고 있기에 그 만큼 기대도 컸으며,
때문에 몰이해와 배신에 대한 분노와 증오 그리고 슬픔 역시 증폭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신3부작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아나킨과 오비완 사이의 애증과 결별,
즉, 오비완과 아나킨의 실패며,
오비완과 아나킨 사이의 사랑(범용적 의미의-_-;;;)을
3편을 보기 전까진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구 3부작에서의 벤을 보건데.
다정다감하고 다혈질인 루크를 키우기를 거부하고
이성적인 레이아공주를 (잠정적으로) 새로운 희망으로 지목하는 요다와는 달리
루크의 무모함을 인정하면서도
인내심을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는 오비완(벤)의 언행은
분명 아나킨을 향한 오비완의 애정을 증거해준다고 믿는다.

라이트 사이드에 치우쳐진 제다이이면서도 오비완은
요다가 위험시하는 루크의 다정다감하고 감정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데,
그것은 그가 자유분방한 마스터인 콰이곤 진 밑에서 배우고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천방지축인 패더원을 가르치는면서
감정의 필요성과 좋은 점을 몸소 가슴으로부터 느껴서 알게 되었기 때문 아니려나.

아나킨의 배신으로 제다이와 공화국이 괴멸된 후에
요다는 역시 감정은 위험하고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오비완은 그 불행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전보다 더욱 감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정말이지 전혀 아나킨의 본질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분명 신 3부작의 아직은 미숙하던 오비완이었다면 그렇게 확언하지 못했을텐데...
첫번째 실패를 마음 속 깊히 슬퍼하고 후회하고 반성했기 때문 아니려나...
자책 끝에 애정보다도 먼저 보다 온전한 신뢰관계를 구축했었더라면...하고 후회한게 틀림없다.

한편으로 신 3부작과는 달리 구 3부작에서 오비완은 루크를 끝까지 믿고 이끌어주긴하지만
아나킨에게만큼 루크에게 애정을 쏟아붇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과도한 간섭이라는 형태로 애정표현을 하지 않은 것은 틀림없다.- -;

요다가 레이아공주를 또다른 희망으로 (잠정적으로) 지목하는 것과 관련하여
포스의 라이트사이드와 다크사이드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라이트 사이드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서양철학에 바탕을 두는 사상으로
사고, 즉. 이성의 지배를 말하는 반면.
다크사이드는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것으로 표현된다.

사실 동양인인 나로서는 그다지 상관없는 얘기이긴하지만,
루카스감독은 레이아공주(의 성격) 대신 루크(의 성격)를 주인공으로 잡으면서 포스의 균형
즉, 이성과 감정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아버지를 칠수는 없다고한 루크의 다정 다감함이야말로 스타워즈의 진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