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에 해당되는 글 873건

  1. 2004.06.10 의미 없는, 존재하는
  2. 2004.05.12 꿈을 꾸다.
  3. 2003.04.06 돌이킬 수 없는
TXT/Life Log2004.06.10 01:21
때때로 나는 내가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초조함과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타인이 내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과 그들이 행사한 강제와 강요에 따르는 분노.

그들이 내게 빚 지운 것으로부터 외면하고 싶은 도피심리.

내 안에서 완전히 완결되고 싶은 욕구.

그리하여 모든 연결고리를 끊고 영원히 고립하고 싶은 참기 어려운 충동.

그러나 나이가 들어,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면,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 역시 나의 모든 것을 가정에다 쏟아 붇게 될 것인가.

만약 내가 취한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난 그것을 참을 수 있을까.

나라는 존재는 나만의 것도, 나를 위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직은.

......

대체 내가 나라는 사실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의미 없는, 존재하는, 나.
Posted by logosles
TXT/Dream2004.05.12 00:53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에 멍하니 앉아 세개의 주먹만한 붉은 비닐봉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곧 이 봉다리 안에 있는 것이 낙태해서 꺼낸 내 몸에서 나온 것임을 깨달았다.

세 비닐봉다리 안에는 각각 길고 마디져있고 다리가 많은 빨간 기생충같은 벌래들과 그리고 태아의 손 발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들어있었다. 태아의 모습을 좀 더 제대로 보고싶었지만 감싸고 있는 벌레에 가려 부분부분만을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벌레들은 꿈틀꿈틀 움직이고, 그 때문에 쟈글쟈글이라는 마치 게가 거품을 뿜을 때 나는 소리가 이 작은 봉다리안에서 방안 가득히 나고 있었다. 쉴세없이.

난 이 봉다리를 잘라서 어서 변기속으로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움직이는 아직은 살아있는 것인지라 조금 더 관찰해 보고싶었다. 잠시 망설이던 사이 안에서 꿈틀 꿈틀 움직이던 벌레는 한 비닐봉지를 갉아 먹었는지 비닐을 뚫고 침대로 쏟아져 나왔다. 아뿔사...곧 남은 두 봉지도 뚫고 나올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어서 변기에 버렸어야 했는데.

난 남은 비닐봉다리 두개를 급한김에 침대밑으로 던졌고, 둘중 한 봉다리는 던지는 순간 터지면서 내용물을 방바닥에 쏟아냈다. 침대에 쏟아진 첫번째 봉지안의 벌래들도 방바닥쪽으로 밀쳐 떨어트렸다. 이미 침대는 피와 벌레의 액체 같은 것으로 묽은 붉은 색으로 물들어 축축해져 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대로 놔 둘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얼룩진 침대에서 방바닥으로 내려와 벌레들을 좀더 큰 비닐봉지에 줏어 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비닐봉지도 곧 구멍이 날 것은 자명한 일이었기 때문에 동생에게 바가지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바가지를 가져온 동생은 이 난장판을 보고는 아무말 없이 제 방으로 돌아갔다.

난 바가지안으로 벌레들을 쓸어 넣었다. 그러나 이 생명력 넘치는 벌레들은 제빨리 뛰쳐나오고, 또 몇몇 꽤 많은 수가 침대 밑 먼지속으로 도망쳤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난 결국 큰 칼을 들어 고기 다지듯이 무작위로 칼질할 수 밖에 없었다. 피 범벅이 될까 싶었지만 자른 직후에는 그렇게 피가 나오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난 이제 제 자리에서 꿈틀거리는 한때는 벌레였던, 그리고 그 전엔 나였던 조각들을 판자같은 것으로 바가지에 쓸어 담기 시작했다. 바가지 가까이 있는 잔해들을 쓸어담고서 저쪽을 보니, 그 사이에 피가 많이 흘른 모양으로 저쪽 바닥은 피가 흥건했다. 별 수 없이 피도 이젠 거의 움직이지 않는 벌레의 잔해와 함께 쓸어서 바가지에 넣었다. 피의 농도란 빨간 물감을 물에 푸는 것하고는 많이 달랐다. 액체이기에 완전히는 쓸어서 담겨지지 않는다. 이것도 어쩔수는 없다.

바가지가 꽉 차자 아수라장을 떠나 화장실로 갔다. 변기로 무사히 강으로 떠내려갈까? 막히지는 않을까? 강에 가서 번식하는 거 아냐? 의심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이 집에 둘 수도 없는 일. 과감히 버리고 물을 내렸다. 물살이 잠잠해지자 완전히 떠내려가지 않은 조각들이 둥둥 떠 있었다.

한 번 더 내려서 완전히 버려야한다는 생각과 함께 정말 토막난 정도로 완전히 죽을까? 정말 물속에서는 살수 없을까?하는 궁금증도 일었다. 결국 난 청소용 집게를 들어 가장 큰 조각을 집어서 물을 반쯤 담은 병속으로 집어넣었다.

아직까진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죽은척 하는 것일지도 몰라....
Posted by logosles
MEMO/Review2003.04.06 14:40

폭력적인 장면이 나와서가 아니라 흔들리며 끝없이 도는 이미지로써, 

듣기 싫은데 들어야 하는 음향으로써 귀를 막아도 찢어지는 소리로써 

단지 폭력적인.

돈주고 고문실에 앉았나 싶었다. 초반부 1/3은 보는 것은 허용범이를 훨씬 초과한 정보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영화관이라는 폐쇄되어 피할 곳 없는 공간속에서, 

댐이 터지듯 밀어부침으로써 동물적으로 폭력이고, 

1시간 30분 이 닫쳐진 공간에서 견디라 하면 정신병자가 되버릴 것 같은.

흔들리면서 빙빙도는 영상 쫓느라 울렁이는 속, 불어이기때문에 조금도 알아들을 수없는 말, 

게이바라는 상황하에 거의 비춰주지 않지만 빙빙 도는 영상속에서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금기시 되어온 이미지, 

그리고 근근히 들리는 낮은 비명소리, 채찍소리. 붉은 빛에 빛춰진 더럽다 못해 독스러운 벽, 

지나치게 크고 걷도는 소리, 듣고싶지 않은데 들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폭력적인 소리, 

정신착란을 일으키게 만드는 영상.

1초 24프레임 안에 순간적으로 특정 이미지를 보여주면 의식은 인식을 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은 암시에 걸린다고 한다.

잘 만든 영화.

고문이다.

9분동안 나오는 강간씬. 칼로 협박하고 강간한 것도 모자라, 발로 차고, 때리고. 

옆에서 친구가 경악하고 있었으나 난 그때 참 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범죄란 언제나 가까이 있을 수있고, 참으로 손 쉽다. 

그래서 강간이란 9분 만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거 아닌가? 응?

영화가 끝나고 나면 점차 재밌다는 생각이 들고, 제목 참 잘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킬 수 없는

좋은 일, 나쁜 일, 무엇 하나

정말...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는 

감독 : 가스파르 노에 / 주연 : 모니카 벨루치, 뱅상 카셀 / 개봉일 : 2003-04-04 (금) / 각본 : 가스파르 노에 / 음악 : 토마스 방갈테 / 촬영 : 브누아 데비, 가스파르 노에 / 등급 : 18세 이상 관람가 / 타임 : 95분 / 제작 : Le Studio Canal+, Eskwad, Nord-Ouest Production / 장르 : 드라마 로맨스 스릴러 



****

2003/04/06 일기에서 백업

Posted by logos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