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2004. 10. 23. 02:18TXT/Dream

문득 화장실에서 줄을 서 있었다.
전체적으로 흰 화장실로, 바닥마저 흰 타일이 박혀 있었다.
조명은 형광등의 광으로 천체적으로 창백하면서도 시원시원한 톤.

화장실은 좌우로 약 4개씩 8개 가량 있었고, 그 중에 물론 좌변기는 없을 터였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네 사람으로 줄자 나는 곧 어느 화장실로 들어가게 될 것인지가 은근히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뭐라고나 할까...사람이 나오는 순간에 잘 맞춰 적절한 타이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초조함?

한 사람은 먼저 들어가고, 다음엔 세 명이 거의 동시에 나와 내 앞의 두명과 나까지 세명은 어디로 들어갈지 잠시 우왕좌왕.
아마 셋다 '다음은 내 차례, 다음 다음은 내 차례, 다음 다음 다음은 내 차례...'란 상황이었던 것이 틀림없다.
우여곡절끝에 들어가긴 들어갔는데, 그 변기의 물은 안내려져 있었다.
샛노랗게 찬 변기 속 물은 고장임을 확신케했다.
이전 사람은 물이 이렇게 찼는데도 볼일을 보고 나왔다니 정말 급했나보다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아무튼 난 다행이 아직 문을 안닫은 상태였기때문에 열어둔 상태로 우선 변기를 내렸다.
물이 안나오면 줄을 다시 설 참이었다.
예상외로 우렁찬 물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아주 불길한 예감에 뒷골이 오싹했다.
그래. 변기가 막혔을지도 모른다는...
온 신경을 집중해서 변기속의 변화를 바라보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안경을 안썼구나-하고 혼자 납득.
아무래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관경을 꿈에서 지어내기란 어려웠던 듯.
똥물이 넘실거리는 변기와 함께 맨발에 6가닥의 줄로만 처리된 센달을 신은 내 발도 눈에 들어왔다.
이날 따라 발의 피부 역시 유독 하얗게 빛났고,(지금 생각해보면 내 발이 아니다)
이 발의 불운한 운명을 생각하니 발의 아름다움은 더더욱 찬란하게 빛을 내는 것 같았다.
드디어 똥물이 넘칠려는 대략 웁스한 찰나...

"누나 아홉시인데? 회사 안가?"
동생의 한마디가........ 발을 구했다.
그러나 웁스.
이쪽이야말로 대략 웁스였다.

"아홉시? 아홉시라고?"
"정말로 아홉시?"
두 번 물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 앞에 선 나 자신의 이런 반응은 참 유쾌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으윽.
10분 안에 세안을 하고 옷을 입고 머릴 빗고 그 와중에 바나나까지 챙겨들고 출근을!
10분만 더 잤어도 아주 포기하고 느긋하게 갈텐데 미묘하게 간당간당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내리 달려서 지각도 모면... 잇힝-ㅂ-v